2017년 3월 2일 목요일

[경향신문] 자위도구가 청소년 유해물건이라고?

+경향신문에서 '은하선의 섹스올로지'를 연재합니다. 

지난주 한 콘돔 회사 대표가 돌출형 콘돔을 청소년에게 판매했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여기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콘돔은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판매 및 제공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편의점에서도 나이 불문하고 누구나 콘돔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돌출형 콘돔은 다르다.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분류된다. 그 이유가 궁금해질 것이다. 왜 콘돔은 되고 돌출형 콘돔은 안되는가.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한 매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들이 섹스할 때 쾌락과 자극을 느끼면서 할 우려가 있어 해당 물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물음표 100만개가 뜨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과 섹스라는 단어의 조합은 물고기와 자전거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청소년에게 피임법만 가르쳐도 섹스를 하라고 가르치는 거냐며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나는 나라에서 섹스를 하고 싶은 청소년의 욕망은 없는 것처럼 취급당한다. 민감하기에 꺼내고 싶지 않고 묻어두고 싶은 주제가 바로 청소년과 섹스다.
남자 청소년은 그나마 낫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한 남성은 그런 이야기를 내게 들려준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동네 형들이 좋은 걸 알려주겠다며 자신을 불렀단다. 뭘 알려주려나 싶어서 기대했는데 그게 바로 살아 있는 자위 워크숍이었다고 했다. 순간 나는 남자인 그가 너무나 부러웠다. 수능 보기 전날에는 쓸데없이 자위해서 에너지 소모하지 말라는 조언도 듣고, 머리맡에 화장지를 놔주는 누군가의 친절함을 경험하며 자란 남자 청소년들의 삶은 여자 청소년들과 얼마나 다른가. 
예를 더 들어볼까. 야동을 보다가 갑작스러운 엄마의 들이닥침을 경험하는 남자 청소년은 약방의 감초와 같은 드라마 단골소재이지만, 야동을 보다가 갑작스러운 엄마의 들이닥침을 경험하는 여자 청소년은 상상 밖의 존재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에도 ‘여자가 자위를 한다고?’ ‘그것도 청소년이?’ ‘자위하면 처녀막 파열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성욕이 약하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거다. 성욕이 약한 여성과 성욕이 강한 남성, 세상에 딱 두 종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한다고 믿는 분들. 그런 분들을 설득하기에 나에게 허락된 하얀 종이가 너무 작으니 일단 넘어가자. 
여자 청소년의 섹스가 ‘삭제’된 사회에서 여자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경험을 말할 수 없어 괴로워하곤 한다. 나도 그랬다. 자위를 하고 파트너 섹스를 하고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누군가가 알게 될까봐 두려움에 떨며 나의 반짝이던 10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지금도 나는 그 시절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여자 청소년들의 섹슈얼리티에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섹스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외로웠던 과거의 나를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 청소년들이 자유로운 공간에서 안전하게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재작년 여름, 여자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섹스토이 파티를 기획했다. 섹스토이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파티를 시작하려는 순간 경찰 7명이 들이닥쳤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경찰은 청소년들에게 섹스토이를 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게 안을 훑어본 후 나에게 물었다. “남자는 없어요?” 여자들만 있고 섹스토이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경찰들은 돌아갔다. 남자가 없냐는 질문의 의도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혹시 난교를 상상했던 걸까. 
경찰의 방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신고하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비슷한 일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나는 지난해부터 여성과 퀴어를 위한 섹스토이 숍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숍은 작은 레스토랑 한구석에 숍인숍으로 입점해 있는데, 그 때문에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청소년이 드나들 수 있는 레스토랑에 섹스토이를 전시하는 것은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매장을 방문한 경찰은 누군가의 신고가 있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청소년이 섹스토이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두려운 현실이고, 바른 시민 의식을 불끈 솟아오르게 만들어 굳이 신고까지 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많은 청소년들이 나에게 문의 전화를 하곤 한다. 청소년은 섹스토이를 살 수 없나요? 왜 살 수 없나요? 나는 그럴 때마다 앵무새처럼 청소년은 콘돔, 젤만 구매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헌법소원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섹스토이가 왜 청소년 유해물건인지는 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을 위한 섹스토이는 대부분 바이브레이터 혹은 딜도다. 즉 진동으로 자극을 주는 것과 삽입할 수 있는 것. 물론 두 가지 기능이 합쳐진 것도 있다. 두 제품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실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바이브레이터는 사실상 마사지기다. 진동 기능이 있는 미니 마사지기는 팬시용품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이브레이터는 민감한 부위인 성기에 닿았을 때를 고려해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를 이용해 만들거나, 좀 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소음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딜도’라고 하면 남성 성기 모양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의 다양한 욕망이 반영된 디자인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한 회사는 야채 모양의 딜도를 만들기도 한다. 딜도를 대체할 만한 물건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특히 마트 문구 코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지, 당근과 같은 스틱 모양의 야채 모형, 올록볼록한 손에 잡기 좋은 미니 볼링 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술 봉까지…. 대체 무엇이 청소년 유해물건일까. 청소년 유해물건은 누가 결정하는 걸까. 바이브레이터와 딜도가 청소년 유해물건이라면 세상에 청소년 유해물건이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한국의 섹스토이 판매 사이트들은 대부분 성인 인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독일, 일본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의 섹스토이 판매 사이트들은 성인 인증 없이 구경할 수 있다. 18세 이상만 볼 수 있다는 문구에 ‘예’ ‘아니요’만 체크하면 들어갈 수 있거나 이마저도 해놓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소년이 행여 성적 쾌락을 느낄까봐 돌출형 콘돔을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바이브레이터와 딜도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는 사회, 그리고 행여 청소년이 섹스토이의 존재를 알게 될까봐 두려워 나를 신고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미안하지만 내 인생 최초의 섹스토이는 냉장고 안에 잠자고 있던 오이였으며 잡지 부록으로 받은 진동 칫솔이었다고.

댓글 5개:

  1. 진심 욕나오려고하네요
    애들을 낳고 키워봤어야 부모심정을 알지
    원가정에서 사랑받지못하고 불행하게자랐나요?
    무슨상처가그리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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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방은 자제해주시죠. 당신이야말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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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 하도 이비에스 어쩌고 시끄러워 어떤 사람인지 글 좀 보려고 왔는데... 학부모들 더해도 되겠네..정상 아니네 별별 세상이라 이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사람을 계속 출현시키는 교육방송은 더 노답이다 청소년들이 모두가 다 자기 같이 섹스만 생각한다고
    생각하나? 무슨 선구자처럼 오만하게 궤변을 늘어놓으셨네..와국서 하면 다 좋은거야? 부작용은 왜 말안해?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주장하더만 지구의 중심이 자기인줄 아는듯...이래서 청소년기엔 무조선 인성교육을 잘 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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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좋아요. 그런데 종교적 문제되는 사진 개시와 유포성 광고 후원은 인간적으로 너무하네요. 네, 성소수자도 권리가 있어야겠죠. 근데 말이죠. 다수의 의견도 소중한겁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적 자유 국가입니다. 참고로는 저는 무교이지만, 그 행위자체가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정을 받기 위해선 우선은 타인을 이해해야되지 않을까요? 오히려 학부모님들이나 여러 국민 여러분들께 혐오감을 더욱더 조성될 것으로 보이네요. 비방도 관심이고, 의견입니다. 타인부터 존중할줄 알아야 존중을 받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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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실여건에선은작가처럼원하는대로마음먹은대로본능을해결할여건이충분하지않찮아요
    등따습고살만하면생각나는것이그것이라고합니다
    하지만본능에몰입해서살수있는여건이충분한분들이많지는않찮아요
    실습이어려운현실에서은작가처럼본인의숨김없는성생활과이론을접목해서발산하는본능자극은매마른본능에단비가아닐까생각되네요
    은작가님의경험담과거침없는성담론에서대리만족이라도느낄수있어감사합니다
    이또한재능기부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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